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중앙칼럼] 시의회 발언대의 막말, 이젠 막아야 한다

내 귀를 의심했다. 분명히 길거리 주먹 싸움에서나 듣던 말이었니 그렇다.   10여 년 전 처음으로 LA 시의회를 방문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400만 시민의 목소리가 모이는 정치의 중심지라고 하기엔 그 모습은 지나치게 과격하고 때로는 무기력해 보였다.   LA 시의회 본회의장은 시민들에게 자유로운 발언 기회를 제공한다. 시의회의 결정과 발의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누구든 공개적으로 개진할 수 있다는 점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하지만 그 ‘자유’의 대가는 때로 혹독하다. 시의회 발언대에 선 일부 시민들은 온갖 욕설과 인신공격,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남루한 차림의 이른바 ‘상습 욕설자들’은 의회가 열리는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방청석을 차지한다. 그리고는 시종일관 귀에 거슬리는 표현들을 동원해 특정 정치인들과 시의회를 싸잡아 조롱하고 괴롭히는 데 여념이 없다.   그 괴롭힘의 수위는 심각하다. 만약 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길거리에서 그런 모욕적인 언사를 공개적으로 듣는다면, 주먹을 쥐지 않을 사람이 없을 정도다. ‘뚱뚱하다’, ‘천박하다’, 심지어 ‘성매매 여성’이라는 발언은 물론,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담은 표현까지 서슴없이 사용된다. 피부색을 이용한 인종적 멸시는 이제 놀랍지도 않은 ‘단골 메뉴’가 되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의원들과 주변 보좌관, 심지어 경찰관들조차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유 발언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는 모습은 차치하더라도, 혐오 발언에 무감각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실로 놀라웠다. 나중에 만난 보좌관과 의원들은 이러한 광경이 “이미 오래전부터 관행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LA 시의회 내 발언에 대한 명확한 제재 규정은 없다. 간혹 고성을 지르거나, 논의 주제와 벗어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경우 의장이나 시 검사가 발언을 제지하는 정도에 그친다. 사실상 대부분의 혐오 발언은 여과 없이 방청석을 통해 의회 내부로 전달된다.   마퀴스 해리스-도슨 LA 시의장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직접 질문했다. 이처럼 과격하고 무례한 발언과 표현들이 시의회 공식 석상에서 허용되는 것이 ‘헌법적 권리’ 보호라는 명목하에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는 “발언권과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들과 달리,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자유 발언 기회가 정부 기관과 소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이자 시간일 수 있다”면서 “단순히 욕설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발언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하에 인내하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때로는 ‘이유 있는 분노’가 욕설이라는 형태로 표출될 수도 있다. 시민이자 납세자로서 부당함에 항의하고 울분을 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권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LA 시의회의 상황은 이러한 허용이 사실상 방종을 조장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는 스스로 정화할 때가 되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관행에 맞서, 마침내 시의회 여성 의원들이 특정 수준을 넘어서는 혐오 표현을 퇴출시키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7명의 시의원은 지난주 흑인 비하 표현(N-word)과 여성 비하 표현(C-word)을 명시하고, 이를 포함한 성적, 인종적 멸시 및 비하 발언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다.   발의안의 내용은 해당 표현을 사용하는 발언자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될 경우 해당 시의회 회기에 3일 동안 출입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물론 이 조치가 시민의 참여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법적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명백한 혐오 표현으로부터 시의회 구성원들과 정상적인 시민들의 참여를 보호하기 위한 시의적절하고도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시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선출된 시의원들과 수많은 보좌관들이 정당한 비판이 아닌, 길거리 싸움꾼들이 주고받는 수준의 저열한 언어로 고통받는다면, 이 또한 명백한 폭력과 다름없다. 시의원들의 가족들이 회의를 방청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그 고통은 더욱 극명하게 와닿을 것이다.   자유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시의회 여성 의원들의 용기 있는 움직임이 LA 시의회 방청석을 조금 더 건전하고 품격 있는 공론의 장으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인성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시의회 발언대 시의회 발언대 시의회 공식 la 시의회

2025-03-24

공직 7000개 감축…행정 서비스 차질 우려

LA시청에서 약 7000개의 일자리가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 직원 5만 여명 중에 15% 가량이 없어지는 셈이다.   LA시의회가 현재 시 산하 부서와 각 기관에 채우지 못한 공석을 대부분 없애는 것으로 기조를 잡고 향후 여파 분석에 들어갔다. 시의회는 26일 밴나이스에서 열린 회기 토론을 통해 현재 공공분야에 비어있는 자리에 지원자를 무한정 기다리는 것보다는 부서 내에서 일을 분담해 처리함으로써 시 예산을 절감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연말 현재 시청은 LA국제공항 20%, 경찰국 16%를 채우지 못하는 등 인력난이 심각한 상태이며 좀처럼 효과적인 구인을 하지 못해왔다. 〈본지 2023년 11월 4일 A-3면 참조〉   일단 새로 인력을 뽑더라도 연봉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시 세수입은 올해 예상 기대치보다 1억5800만 달러 하향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의 살림 규모로 지출 비용은 오히려 약 1억4300만 달러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경찰국은 지난해 경관들의 연봉 인상을 4년 동안 보장하면서 7500만 달러의 추가 인건비 지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공무원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수도전력국, 경찰, 소방국을 제외한 나머지 근속 직원에 대한 24%(향후 6년 동안) 인상을 약속해 이에 대한 부담도 매년 수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소방국도 연봉 협상 과정에 있으며 경찰국과 유사한 수준의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매트 자보 시행정국장은 시의회 보고에서 “이런 상황을 감안해 현재 긴급하지 않은 보직에 대한 채용을 일정 기간 늦추거나 없앤다면 훨씬 재정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의원들은 행정국의 제안 내용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밥 블루맨필드 의원(3지구)은 “현재 있는 일자리를 없애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다만 재정을 이유로 현재 일하는 직원들을 정리해고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 더 의미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없어지는 보직을 향후 상황 개선이 이뤄진 뒤 어떤 방식으로 복구할 지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 또한 기존 직원들에게 발생하는 업무상의 부담과 대민 서비스 축소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하지 않았다.   시의회 논의를 지켜본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LA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석현(55)씨는 “수천 명의 공무원이 없어지면 시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된다는 기대를 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경기가 안정된다면 고용을 더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시 행정국은 시의회의 지시에 따라 조만간 없애도 무방한 보직들의 리스트를 구체화해 시의회에 최종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시청 구직 사이트(https://lacity.gov/jobs)에는 현재 소방과 경찰국을 제외하고 총 100여 개의 전문직종 구인 정보가 게시된 상태이며, 구인 규모는 약 900여 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일석삼조 시청 현재 시청 시의회 보고 la 시의회

2024-01-29

반부패·반차별 기치, 새로운 시의회 열겠다

한인타운이 소재한 LA 시의회 10지구 주민들은 투표 용지에서 그레이스 유(사진) 후보의 이름을 오는 3월 세 번째 마주하게 된다. 이번에는 임명직 현역 의원과 다른 쟁쟁한 흑인계 후보들 3명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유 후보를 누르고 시의회에 진출했던 마크 리들리-토머스는 비위 혐의로 재판을 받고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상태다. 반부패, 반차별을 기치로 새로운 시의회를 ‘열겠다’는 의미로 ‘플라스틱 그리퍼(Gripper)’를 나눠주고 있는 유후보는 이제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일단 경쟁 구도가 치열하다.     “현재 5명의 후보가 나섰으며 나를 빼고 모두 흑인계라고 소개하고 있다. 현역 시의원과 주 하원의원, 목회자, 전 커미셔너가 14만여 표를 두고 쟁탈전을 벌인다. 지역구는 한인타운 서쪽 아래로 이어진 비교적 큰 지역이며 전체 인구는 27만 명이다. 라틴계 44%, 흑인계 28%, 아시안 18%, 백인 10% 가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 임명된 허트 의원에 대한 평가는.   “10지구에 배정된 160만 달러의 자금이 13지구에 넘어가도록 보고만 있었다. 자신이 대표하는 지역구에서 해결할 문제가 산적한데 이게 말이되나. 매우 무책임한 처사다. 도대체 일을 하는지 안하는지 알수가 없다. 주민들의 원성이 크다.”   - 예선 투표율이 규모가 비교적 작다.   “맞다. 20~30%가 보통이며 후보 수가 많으면 조금 올라가는데 이번에도 그 정도로 예상한다. 따라서 특정 소수계의 집중적인 투표는 당선권에 가깝게 가는 비결이 된다. 지난 시장 선거에서는 10지구 내 백인 53%, 아시안 45%, 흑인 40%, 라틴계는 32%가 투표에 참가했다.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다.”     - 가가호호 방문하면 어떤 이야기를 듣나.     “두 번의 출마로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다. 시니어분들은 ‘당선돼도 변하지 말고 활동하라’는 주문을 많이 하신다. 정치 불신이 두텁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 한인들의 투표 참여는 어떻게 돕고 있나.     “이사를 가거나 주소가 바뀐 시니어들이 혼돈스러워하는데 캠페인 사무실(323-405-7789)에서 이를 돕고 있다. 5일부터 우편 투표 신청도 시작됐으니 한번쯤 챙겨보시길 권한다. 2월 5일부터 우편투표가 시작된다.”   - ‘투표지 수거’도 가능하다고 들었다.   “맞다. 투표 현장에 나갈 필요가 없다. 먼저 투표하고 우편으로 부치는 것도 캠페인 스태프가 다 해드릴 수 있다.”     - LA에 비즈니스나 부동산이 있는 경우에는 등록 후 투표가 가능한가.     “가능하다. 물론 중복을 피하기 위해 주거지에서는 투표할 수 없다.”   - 일단 초기에 가장 많은 자금(18만여 달러)을 모았다. 얼마나 더 필요한가.     “지난 선거에서 보듯이 예선에서 40~50만 달러 정도가 더 있으면 더욱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회사 이름으로도 가능하고, 영주권 이상이면 기부가 가능하다. 해외에서도 미국 시민권자면 지원할 수 있고, 예선과 본선 두 차례 할 수 있다. 주시는 도움 잊지 않고 반드시 승리하겠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그레이스 시의회 흑인계 후보들 예선 투표율 la 시의회

2024-01-08

드레온 버티기에 시의회 ‘난감’

케빈 드레온은 ‘난공불락’, LA 시의회는 ‘진퇴양난’의 꼴이다.       400만 시민을 위한 업무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 폴 크레코리언 신임 시의장의 표현이지만 곤혹스러운 상황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시의회와 케빈 드레온의 이글락 집에서는 퇴진 요구 시위가 계속됐다. 그는 19일 사퇴 거부 발표 이후 두문불출 상태다.     시의회는 이날 회의를 통해 부의장직에 커렌 프라이스 의원(9지구)을 임명하고 쇄신에 나섰다.     크레코리언 의장은 이날 당분간 화상 회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드레온의 사과와 관련해 “그것으로는 상처받은 시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는 개별 시의원을 강제 제명하거나 소환할 권한이 없다. 다만 지난주 시의회는 세디요, 드레온 두 의원의 위원회 운영 권한을 박탈한 바 있다.       우려가 깊어지는 것은 사태가 길어지면 시민들의 피로감이 지속하고 선거에서 투표율이 줄어들거나, 기존 시의원들에 대한 반감도 높아져 ‘공동 침몰’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현재 상황을 풀 수 있는 길은 여론의 요구대로 두 의원이 사퇴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시의회 안팎의 목소리다. 일부에서는 주민 소환 투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제는 여기엔 상당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한편 1지구에서 길 세디요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유니세스 헤르난데스는 세디요가 사퇴할 경우 이르면 12월 초부터 의원직 수행에 나설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세디요가 이를 거부한다면 내년 초까지 기다려야 한다.   최인성 기자현재 시의회 시의회 안팎 세디요 의원 시의회 난감 지난주 시의회 la 시의회

2022-10-21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